이 글은 제가 뉴욕 유학 시절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감성 소설입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기억과 감정을 재구성해 써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뜨거운 장면 속에만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뜨겁고 난 뒤 남겨진 고요에서 비로소 드러났다.
그날 새벽,
서연은 조용히 눈을 떴다.
옆엔 정현우가 자고 있었다.
숨소리는 고르고 평온했지만,
그의 이마 위에는 어딘가 낯선 긴장이 서려 있었다.
서연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갔다.
유리창 너머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멀리 아침 햇살이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깃을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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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사랑은 너무 깊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며칠 전, 그들은 바다로 떠났었다.
도시의 틀을 벗어나고 싶다는 정현우의 제안이었다.
흐린 하늘 아래,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감싸던 그 해변에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손을 잡고 걸었다.
“너랑 이렇게 걷고 있으니까… 진짜 우리가 둘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아.”
정현우가 말했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세계가 너무 아름다우면… 언젠가 반드시 깨져버리는 거 알아?”
그는 그녀의 손을 더 꼭 쥐었다.
“그럼, 더 조심해서 살아야지. 더 애써서 버텨야지.”
그 말은 달콤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팠다.
버텨야 하는 사랑은 결국 언젠가는 부서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도, 정현우의 불안은 그대로였다.
그는 종종 밤중에 깨서 혼잣말을 했다.
“내가 맞는 걸까. 널 이렇게 사랑하는 게 옳은 걸까.”
서연은 그런 그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자신의 대답도 모른 채 입술을 닫았다.
그들은 사랑했다.
숨막히도록 서로에게 잠기고,
때론 눈을 감고도 서로를 그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하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
서연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정현우의 그림자에 가려진 자신.
그의 고독을 감싸기 위해 스스로를 자꾸 작게 만드는 자신.
그는 몰랐지만, 서연은 매일 이별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오래도록 서로를 안았다.
피곤과 열기, 침묵과 욕망이 뒤섞인 그 포옹은
이상하리만큼 슬펐다.
“서연아.”
그가 낮게, 무너지는 목소리로 불렀다.
“응.”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대답했다.
“내가 널 이만큼 사랑하는데… 넌 왜 자꾸 멀어지는 것 같지?”
서연은 말없이 그의 품을 더 꼭 안았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이 사랑이 너무 명확하게 무너질까 봐.
정현우는 자신을 누구보다 서연이 아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 손끝, 입술 사이에 스며든 진심은
어느 겨울 아침의 햇살처럼, 차가운 그의 삶에 온기를 주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두려워졌다.
자신 같은 사람이 그녀 곁에 머물러도 되는가.
그의 삶은 늘 떠나는 일이었다.
장소도, 사람도, 감정도.
어떤 것도 오래 품고 있지 못하는 결핍.
그건 성향이 아니라, 본능이었다.
“너랑 함께 있으면, 난 잠시 멈출 수 있을 것 같았어.”
그가 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럼 멈추면 되잖아요.”
서연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언젠가 다시 방황하게 되면,
그게 서연을 부서뜨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는 자신을 알았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언젠가 떠날 욕망도 함께 자라는 남자라는 걸.
그 욕망이 그녀를 다치게 하는 걸 상상만 해도
심장이 서늘해졌다.
“서연아. 너는 뿌리를 내릴 줄 아는 사람이야.
근데 나는… 흙을 피하는 사람이야.
머무는 게 익숙하지 않아.”
그녀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그러면, 나도 네 옆에서 흔들릴게. 뿌리 안 내려도 돼.
바람 따라 같이 흔들리면 되잖아.”
그는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 끝엔 분명 슬픔이 있었다.
“그렇게 하면, 결국 네가 무너질 거야.
그러니까 내가 먼저 떠나.”
그 말은, 이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절절한 사랑 고백이기도 했다.
서연을 아끼는 마음이, 결국 그녀를 두고 떠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사랑.
정현우는 아무 말 없이 뒷모습을 돌렸다.
그의 재킷 안쪽에는, 그녀가 써준 쪽지가 들어 있었다.
"당신이 머물고 싶을 때, 여기가 집이에요."
그 말이, 그를 더 아프게 했다.
그래서 그는 떠났다.
너무 사랑해서, 결국 그녀 곁을 스스로 포기한 남자.
자기 자신이 사랑을 품기에 너무 가난하다고 느낀 방랑자.
그리고 그가 문을 나선 순간,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사람은 떠난 게 아니라, 자신에게 도망친 거야.”
그가 떠났을 때, 그녀는 알았다.
진짜 이별은,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이 너무 커서 시작된다는 걸.
감성 로맨스 ◁ 사랑의 끝을 말하다 ▷ 연재 중입니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이별의 논리에 젖어든 한 장면 속으로 함께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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