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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연애 소설 사랑의 끝을 말하다

사랑의 끝을 말하다 18 화 사랑은 떠난 자리에서 자란다

by 유화 그리는 생물학자(BioCanvas) 202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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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뉴욕 유학 시절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감성 소설입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기억과 감정을 재구성해 써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커피가 식어가고 있었다.

서연은 텅 빈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싼 채 한참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을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담쟁이넝쿨은 벌써 붉게 물들었고, 바람은 한층 차가워졌다.

누군가의 체온 없이 맞이하는 계절은 너무 서늘하다고 서연은 생각했다.

 

그녀 곁에는 지금, 정현우가 아닌 새로운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의사였고, 서연의 오랜 친구이자 조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정현우처럼 대책 없는 문장을 내뱉지도 않았고,

클림트나 바그너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그는 오늘 저녁엔 된장찌개를 먹고 싶다고 말하고,

서연의 손이 차가우면 장갑을 사러 먼저 걸음을 내딛는 사람이었다.

서연은 그런 따뜻함이 이제 자기에게 필요하다는걸,

정현우와 헤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불완전하게 봉인된 문 하나가 열리지 않고 남아있었다.

그 문은 정현우였다.

요즘은 어때?”

그가 물었다.

현재의 연인, 그의 이름은 이도윤.

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연구실 일도 잘 풀리고 있고

하지만 말끝이 흐려졌다.

그도 알았다.

서연이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보다,

이렇게 말끝을 흐릴 때 더 많은 진실이 담겨 있다는걸.

서연아,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

그녀는 눈을 들었다.

그 사람아직도 마음에 있어?”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밤이 깊었다.

서연은 혼자 침대에 앉아 정현우에게서 받았던 명함을 꺼냈다.

지금은 누렇게 바랜, 손끝에 자주 만졌던 흔적이 남은 명함.

문장은 순간을, 눈빛은 영원을 담는다.”

그 문장이 아직도 그녀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정현우의 눈빛은,

그가 말하지 않아도 수많은 문장을 품고 있었다.

그 눈빛을 처음 마주했던 기차 안에서부터,

서연은 이미 빠져버렸다.

그는 자신을 감정으로 채우지 못했지만,

예술로, 음악으로, 문학으로 자신을 안아주었다.

그는 사랑을 설명하지 않았고,

대신 사랑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그와의 사랑은 불안했지만,

그 불안 속에서만 피어나는 강렬함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서연은 연구실로 향하는 길에, 괜히 익숙한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곳엔 오래전, 정현우와 함께 갔던 찻집이 있었다.

그가 기억은 향으로 남는다라고 말했던,

홍차 잔 사이로 음악이 흐르던 그 공간.

찻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창가 자리에는 누군가 혼자 책을 읽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정현우였다.

더 날렵해진 얼굴,

검은 터들넥깃과 책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

그녀는 숨을 멈췄다.

정현우는 그녀를 보지 못한 채 책장을 넘겼다.

그 장면이 마치, 오래전 기억 속 장면처럼

선명하면서도 흐릿했다.

서연은 문득, 들어갈까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조용히 뒤돌아섰다.

이제는 그를 마주하는 일이,

 

다시 상처가 되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서연은 마음속에서 그를 조용히 접었다.

완전히 잊기 위한 게 아니라,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누군가는 사랑을 함께 사는 일이라 말하지만,

서연에게 사랑은 떠난 자리를 견디는 일이었다.

정현우는 그녀의 삶에서 사라졌지만,

그 여운은 아직도 조용히 그녀 안에 자라고 있었다.

마치 가을 나무에 물든 마지막 잎처럼.

 

 

그날 저녁, 해는 천천히 바다로 내려앉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루의 끝을 향해 각자의 집으로 향했지만,

서연은 발길을 멈추고 섰다.

붉고도 고요한 풍경 속에서,

문득 그가 떠올랐다.

말없이 바라보던 그 눈빛,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그 마음.

그때 알았다.

사랑의 끝은 폭풍처럼 오는 게 아니라,

이런 해 질 녘처럼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다가온다는 걸.

 


정현우가 떠나고 나서,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 -사랑의 끝을 말하다 18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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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가 떠나고 나서,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

그런데 시계는 계속 움직였고 창문 너머 계절은 바뀌었고 나는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게 더 슬펐다.

너 없는 날들이 익숙해지는 과정이,

너를 잊는 게 아니라

너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같아서.

현우가 마지막으로 나를 안았던 날,

그의 손이 유난히 떨렸던 게 생각난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사람의 손,

놓을 수밖에 없는 사람의 손.

그 떨림이 내 심장까지 번졌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놓았다.

그저 가만히, 아주 조용히.

 

나는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도, 나도,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사랑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결이 있다는걸

우린 너무 늦게 알았다.

사랑은 끝났지만,

그 사랑이 남긴 온기가

아직 내 가슴 어딘가에 남아

조용히 나를 자라나게 했다.

꽃은 짓밟힌 자리에 다시 피고,

사랑은 떠난 자리에서 자란다.

그렇게 나는,

다시 살아간다.

그래도 그가 그리웠다.

 

감성 로맨스  ◁ 사랑의 끝을 말하다 ▷ 연재 중입니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이별의 논리에 젖어든 한 장면 속으로 함께 걸어가요


그날 이후 서연은 바쁘게 지내려고 애썼다.

아침마다 조금의 카페인섭취를 위해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무더운 여름에는  얼음 가득 오미자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달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무더위를 이기는 서연의 건강 식품 5가지를 함께 공유합니다https://editor6845.tistory.com/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