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뉴욕 유학 시절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감성 소설입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기억과 감정을 재구성해 써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늦여름 바다는 생각보다 더 조용했다.
해변 근처에 차를 세우고,
엔진을 끈 순간, 갑작스레 고요함이 밀려왔다.
라디오에서 흐르던 재즈도, 와이퍼의 쓱쓱 이는 소리도 멈춘 자리에서,
여자는 문을 열고 맨발로 모래를 밟았다. 싸늘한 듯 아직은 미지근한,
여름의 체온이 아직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은 모래.
“이 바다도 곧 차가워지겠지,”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은 없었다. 다만 그녀의 옆에 섰다.
두 사람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그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스쳐 지나갔다.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었다. 그
러나 구름 사이로 아주 가느다란 빛줄기 하나가 바다를 찔러 들어갔다.
그녀는 그 빛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좀 웃기지 않아? 딱 한 줄기만 저렇게 있는 거.”
“그러게.”
그는 웃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말에 무언가 응답하듯 그 빛줄기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시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서연이 느닷없이 말했다.
“그 사람, 연락이 왔었어.”
그는 고개를 돌렸다.
“누구?”
“그때, 나… 여름 끝에 만났던 사람. 기억나지?”
그녀는 바다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사랑했었는데, 너무 짧아서 그냥 계절처럼 지나간 줄 알았거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지금 이곳의 늦여름보다 더 묘한 색을 띠고 있었다.
마치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는 듯한, 이름 붙일 수 없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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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바람이 한 번 더 세차게 불었다.
바다는 검푸른 물결을 내며 소리를 냈다.
서연의 치맛자락이 흩날렸고, 남자는 그 모습을 눈으로만 붙잡았다.
“연락이 와서 뭐라고 하던데?”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녀는 그 안의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잘 지내냐고. 보고 싶다고. 그때 못한 말이 있다고…”
그녀는 말을 멈췄다. 오래 멈췄다.
그동안 그는 그녀의 옆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바다만 보고 있었고,
눈빛은 멀리, 아주 멀리 닿지 않는 어떤 기억의 파편을 더듬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물었다.
“그래서, 그냥 지웠어. 번호도. 그 사람도. 사실… 그 기억도.”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근데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할까?”
그는 한참을 말없이 그녀를 보다가, 모래사장 위로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운다고 사라지진 않잖아. 기억은, 계절 같아서… 다시 오는 거니까.”
그녀는 처음으로 작게 웃었다. 슬픈 웃음이었다.
“그래서 또 떠나는 거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은…. 함께 있는 거잖아.”
서연은 말없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또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이번엔 그들 발밑의 바다를 향해서였다.
감성 로맨스 ◁ 사랑의 끝을 말하다 ▷ 연재 중입니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이별의 논리에 젖어든 한 장면 속으로 함께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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