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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연애 소설 사랑의 끝을 말하다

사랑의 끝을 말하다 19 화 태준 이라는 이름의 따뜻함

by 유화 그리는 생물학자(BioCanvas)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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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뉴욕 유학 시절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감성 소설입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기억과 감정을 재구성해 써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 태준이라는 이름의 따뜻함 -

 

가을의 끝자락.

해는 점점 짧아지고, 공기는 투명하게 맑아졌다.

나무는 마지막 잎을 떨구며, 계절의 퇴장을 알리고 있었다.

이서연은 창문을 반쯤 연 채 식탁에 앉아 있었다.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그녀의 머리카락 끝을 감싸 안았다.

향긋한 커피 향이 부엌을 채우고,

창문 너머로 바람에 날리는 낙엽 소리가 들려왔다.

 

굵은 힘줄이 도드라진, 성실하게 살아온 남자의 손. 그 손에서 이상하게도 오래전 누군가의 손이 겹쳐 떠올랐다. -사랑의 끝을 말하다 19 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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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침,

태준은 프렌치토스트를 굽고 있었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빵에서 달콤한 버터와 계피 향이 퍼졌다.

서연은 컵을 감싸쥐며 그 움직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 없이 부엌을 오가는 그의 뒷모습,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 사람.

그러나 그의 침묵은 늘 따뜻한 온도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그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굵은 힘줄이 도드라진, 성실하게 살아온 남자의 손.

그 손에서 이상하게도 오래전 누군가의 손이 겹쳐 떠올랐다.

 

정현우.

그 남자의 손은 예측 불가능했다.

서연의 팔을 따라 쓰다듬을 때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 손은 자유로웠고 불안정했고 그래서 치명적이었다.

그에 비해 태준의 손은 너무 다정하고 너무 안정적이었다.

지루할 만큼 단정했고,

때로는 그래서 더 두려웠다.

예측 가능한 온도 예측 가능한 리듬 그리고 예측 가능한 지속성.

불꽃이 아니라 모닥불 같았다.

천천히, 그러나 쉽게 꺼지지 않을 것 같은.

서연아, 꿀은 따로 줄까? 아니면 위에 뿌릴까?”

그냥 위에 뿌려줘.”

그녀는 대답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과장되지 않은 이목구비, 감정을 절제하는 눈빛.

그리고 서연이 요즘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그의 침착한 배려.

 

그와 함께 있는 이 일상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듯한 고백도, 운명처럼 끌리는 순간도 없었다.

그저 따뜻하고 조용했다.

그래서일까.

서연은 때때로 혼란스러웠다.

이 평범함이 진짜 사랑일 수 있을까?

아니, 혹시...이 조용함 속에서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순간,

서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짧은 장면 하나.

 

정현우의 방.

창틀 위로 흘러내리던 노을빛.

포도주와 피아노 소리, 격정과 불안이 교차하던 밤들.

그는 늘 사랑을 불태우듯 했다.

그러나 그 불꽃은 언제나 짧았다.

그는 스스로의 그림자에 집착했고,

어느 순간엔 그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서연은 더 이상 그를 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은 여전히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것이 그리움인지,

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오늘은 일찍 끝나? 내가 데리러 갈게.”

태준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말투는 무심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다정함이 있었다.

서연은 그 다정함에 묘하게 마음이 아려왔다.

고마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잔을 감쌌다.

잔은 따뜻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 안의 커피는 곧 식을 것이다.

모든 온도는 결국 사라진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서연은 또다시 사랑을 선택했다.

이번엔 타오르기보다 오래 머물고 싶어서.

이번엔, 상처보다는 회복을 바라고 있어서.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불완전한 심장에 몸을 기대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지루할 만큼 변하지 않는 숨결에 등을 기대고 싶었다.

낯선 떨림보다 예측 가능한 평온함을 선택하고 싶었다.

밖에서는 붉은 낙엽이 창문 아래로 조용히 흩날리고 있었다.

서연은 생각했다.

모든 사랑은 형태를 바꿔 간다.

타오르다 사라지거나,

식듯이 익숙해지거나.

중요한 건,

그 사랑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새로운 계절의 문 앞에 서 있었다.

 


 

 

태준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다만 그 사랑은 거칠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그는 기다리는 사람이었고,

서연은 늘 뭔가를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가 조용히 커피잔을 들고 있을 때,

그의 눈은 그녀의 손끝에 멈췄다.

섬세한 손. 차분해 보이지만, 사실은 쉽게 떨릴 것 같은.

서연은 자신이 조용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태준의 눈에는 그녀의 고요함이 늘 긴장처럼 느껴졌다.

마치언젠가는 떠날 사람처럼.

 

아니면, 아직 떠나지 못한 누군가를 마음속에 안고 있는 사람처럼.

서연아, 꿀은 따로 줄까? 아니면 위에 뿌릴까?”

그는 자연스럽게 물었지만,

사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지금, 그녀의 마음이 여기에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냥 위에 뿌려줘.”

무심하게 대답했지만, 그녀는 그 순간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 시선 속에서 그는 복잡한 것들을 읽었다.

감사함, 미안함, 그리고 어쩌면 죄책감.

태준은 그 모든 감정의 흐름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쪽이었다.

강요하지 않았고, 묻지 않았다.

사랑에는 속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가끔은

그녀가 혼자서 꺼내보는 과거의 한 조각들이

그의 마음에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이 부엌에 분명히 함께 있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시선 너머엔

다른 계절, 다른 공간, 다른 남자가 있음을 태준은 느꼈다.

 

정현우.

그 이름을 그녀는 말한 적이 없었지만

그의 존재는 마치 흔적처럼 그녀의 말투, 표정, 눈빛에 남아있었다.

태준은 그것을 애써 모른 척했다.

아니,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은 때로,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에서 비롯된다고 믿었기에.

프렌치토스트를 접시에 담고,

그 옆에 꿀을 뿌려내며

그는 작게 숨을 쉬었다.

그녀가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

언제 떠날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그녀의 오늘을 만들고 싶었다.

오늘은 일찍 끝나? 내가 데리러 갈게.”

툭 던진 말처럼 들렸지만

그는 이 한마디로 하루 종일을 준비할 수 있었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

그 웃음이 참 예뻤다.

그러나 태준은 그 웃음이 슬픔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걸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고,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녀가 언젠가 다시 돌아보았을 때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라고.

밖에서는 낙엽이 창문 아래로 흩날렸다.

태준은 조용히 그녀의 빈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그녀가 이 부드러운 아침의 의미를 기억해 줄 수 있을까.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언젠가 닿을 수 있기를 바랐다.

 

 

태준이 서연에게 건넨 따뜻한 프렌치토스트 한 조각.
그것은 단지 음식이 아니라, 말 없이 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뉴요커들의 아침식탁 위에도 그런 따뜻함이 존재합니다.

👉 [프렌치토스트는 사랑의 언어일까 – 서연의 뉴욕 아침메뉴 보러가기] https://editor6845.tistory.com/37

 

소설 속 음식 따라하기 : 태준의 프렌치토스트

📘 프렌치토스트는 사랑의 언어일까 – 촉촉하고 부드러운 한 조각의 위로그날 아침, 태준은 말없이 프렌치토스트를 구워 서연 앞에 내밀었다.계란물에 적셔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식빵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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