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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연애 소설 사랑의 끝을 말하다

사랑의 끝을 말하다-3 이마, 그리고 입술

by 유화 그리는 생물학자(BioCanvas)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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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뉴욕 유학 시절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감성 소설입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기억과 감정을 재구성해 써 내려간 이야기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만난 건 채 일년도 되지 않았다.

작은 시골기차역에서 10월 즈음 부는 아침 바람이 얇은 늦가을 옷소매사이로 스친다.

 

며칠전부터 머리를 누르고 있던 기분나쁜 두통이 한겹 두겹 솨악솨악벗겨지는 느낌이다.

차가운 기운에 몸이 오싹하지만 나쁘지 않은 떨림이다.

덕분에 여자의 묵은 두통이 날아가 버린다.

추위를 싫어하는 여자지만 긴 호흡으로 바람을 느껴본다.

 

붐비지 않는 작은 시골역의 정적을 깨며 계단을 오르는 아주머니의 투벅거리는 발걸음이 여유롭다.

옆칸의 화물차가 지나가며 울리는 굉음은 먼저 내발 바로 아래땅을 진동시키며 산처럼 다가오더니

이내 코트주머니에 찔러 넣은 두팔에 떨림을 온전히 전하고는 뱀꼬리처럼 뒤고 사라진다.

 

트러럭하고 기차가 어느새 플랫폼에 도착하자 할아버지 한분이 속력도 나지 않는 잰걸음으로

여자를 향에 달려오더니 기차행선지를 물으신다.

여자는 큰소리로 서울가는 기차라고 말했다. 대전을 가시는 모양이다.

대전가는 기차가 맞다고 말씀드리니 그제서야 안정된 낮빛을 하고, 불안정한 걸음으로 기차에 오른다.

 

 

나는 작은 시골역을 좋아한다.

 

 

출근시간에도 이 작은 시골역의 기차는 붐비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털커덕 털커덕 레일에 부딪치는 기차바퀴소리는

이제 더 이상 여자의 귀에서 소리로 느껴지지 않았다.

차라리 또독또독 앞좌석 어딘가에서 규칙적으로 들리는 휴대폰 소리가 고요히 계속되는 정적을 깨는 개기가 되었다.

좌석 통로에서 불쑥 나타난 남자가 학생을 조용히 타이른다.

 

 

-정적은 때로 고백보다 더 많은 말을 건넨다- 사랑의 끝을 말하다

 

 

그제서야 정적은 다시 시작되었다.

뒤돌아서는 남자의 하얀 셔츠 소매깃이 눈에 띈다.

소매깃 사이로 마른 듯한 손목이 살푼드러나 보인다.

여자가 그 깔끔하고 단정한 소매깃과 손목이 참 고독해 보인다고 생각한 순간

불쑥 여자가 훔쳐보고 있던 손목이 눈앞에 와있음을 알고 여자는 화들짝 놀랐다.

 

책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요...이 거...’ 남자가 말했다.

아 네....제꺼예요...’

 

얼굴도 들지 못하고 떨어진 엽서를 주우려는 여자의 손을 스치며 남자는

손에든 엽서를 여자의 눈앞에 쓱하고 내밀었다.

그제서야 여자는 남자의 눈을 올려다 보았다.

크지 않는 남자의 깊은 눈이 여자의 흩어져 있던 머리카락에서.... 여자의 이마로...

그리고 입술을 차례로 흞고 있었다.

 

감성 연애 소설 사랑의 끝을 말하다

감성 연애소설  ◁ 사랑의 끝을 말하다 ▷ 연재 중입니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이별의 논리에 젖어든 한 장면 속으로 함께 걸어가요